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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소명 (아버지 학교를 다녀와서)

박경운 (프란치스코

저는 가톨릭 신자인 현명하고 착한 아내를 만나 결혼하여 아들과 딸 남매를 두었고, 자연스럽게 아내를 따라 1998년도에 세례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되었습니다. 27년간 좋은 가정을 이루었지만, 저의 독단적인 생각과 권위적인 행동으로 인해 자주 아내와 갈등이 생겼고 아이들에게도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가장이라서, 아버지라서, 그렇게 행동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차츰 가족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부족한 생활로 서로 대화가 단절되고 마음의 안정을 잃고 어두운 터널을 헤매고 있을 때, 성당 교우분의 권유로 함께 아버지 학교를 가게 되었습니다.

3월 초순경 교육관으로 가는 길은 그날따라 안개가 자욱하여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제 마음을 대변하는 혼돈의 시간이었습니다. 아내와 좋지 않은 감정으로 마음이 편치 않았기에 절망적인 생각으로 교육에 대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아버지들의 모습, 현재 아버지, 나의 모습 등을 그리며 아버지의 역할에 대하여 서로 질문과 토론을 통하여 제 마음은 어떤 무언가에 의해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지난날 제가 남편과 아버지로서 역할과 소명을 다하지 못하고 가족보다는 제 이기적인 삶을 살았던 과거에 대하여 고개를 들 수가 없었고 깊은 반성과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저 또한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다르지 않았음을 느꼈고, 지난날의 제 삶에 대하여 많은 후회와 반성을 했고,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고 어느덧 내 주위의 동료들도 눈시울을 붉히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연신 닦아내고 있었습니다. 모두 아버지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던 같은 아버지의 심정을 느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아버지의 소명이 무엇인지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였습니다. 그날 밤 침묵과 고해성사로 깊은 반성과 회한으로 제 마음을 갉아먹고 있던 독선, 갈등, 증오, 미움, 이기심 등의 유혹들을 쏟아 내버리고 함께하고, 이해하고, 배려하고, 겸손하고, 사랑하라.” 는 하느님의 말씀처럼 살아가고자 마음을 새롭게 채웠습니다. 아버지 학교를 수료한 후 아내와 사이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대화시간도 조금씩 늘어나고 아이들과 포옹도 하며 서로 따뜻한 사랑의 온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둡고 힘든 긴 터널을 지날 때 보잘것없는 저를 선택하시어 가정의 소중함과 아버지의 사랑을 체험하고 진정한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아버지 학교라는 확실한 부활의 빛으로 인도해주신 아버지 하느님께 무한한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하대본당 아버지들께서도 저와 같이 아버지의 참사랑과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체험하지 않으시렵니까?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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