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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아저씨

박기관(미카엘)

(마티아)

그를 처음 본 것은 코로나 발생 전 중심 미사를 마치고 앞자리에서 장애가 있는 특유의 모습으로 환하게 웃으며 주위의 교우들에게 악수하던 모습이었다.

그때 나는 그에게 환영한다고 하며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두 번째 본 것은 그가 초전과 하대동에서 폐지를 담아 리어카를 끌던 모습이었다.

그대 나는 그를 모르는 척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작년에 인근 한일 병원에 입원하여 재활치료를 받을 때 이었다.

그도 척추를 다쳐서 휠체어에 의지하여 여동생의 간병을 받고 있었다. 그때 두 달여 입원해 있으면서 나도 아픈데 하는 생각을 하며 그를 모르는 척했다. 그 역시 나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올 3월에 다시 몸이 불편하여 병원에 입원하여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어느 날 그가 바로 옆 병실로 입원을 했다. 그는 작년보다도 훨씬 야윈 모습으로 휠체어만을 의지하고 있었으며 그 옆에는 작년과 같이 역시 장애가 있는 여동생이 있었다.

이번에는 조금 여유가 있기에 그 여동생에게 가만히 다가가 나를 알겠느냐 하니 작년에 옷을 챙겨준 아저씨로 기억한다고 하였다. 한편으론 반갑고 그동안 이들에게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하여 여러 가지를 조심해서 물어보았다. 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갔었으며 어머니는 이곳 요양병원 7층에 입원해 계신다고 하였다.

 

제일 중요한 오빠의 병 상태에 대해서 물어보니 더 나아지지는 않고 나빠지기만 하지만 재활치료라도 받는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재활 운동 준비를 하고 있는데 재활 담당 여선생님께서 손을 박박 문지르며 씻고 있기에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유덕님 손에 냄새가 많이 나고 더러워서 직접 씻어주고서는 자신의 손도 씻고 있다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비신자도 이렇게 아름다운 행위를 하고 있는데 같은 성당의 신자로서 나는 뒷전에만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그의 여동생에게 오빠에게서 냄새가 심하게 나서 목욕을 시키면 어떻겠냐고 하니 생각보다 하자고 하였다.

사실 성인 남자 몸을 씻기는 것이 처음이기에 조금은 두려웠지만 샤워장에 가서 옷을 다 벗기고 마지막으로 기저귀를 제거한 후 물을 뿌릴 때 그는 정확지 않은 동작으로 성호를 긋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찡한 감정을 느꼈다.장애가 있고 몸이 아픈 사람도 생활 속에서 성호를 그으며 신앙 속에서 살고 있는데 나는 어떻게 살고 있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왜소하고 스스로 두 발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그의 몸을 안고 씻기면서 나는 마음속 깊이 뜨거운 감정을 느꼈다.

그때야 나는 너와 같은 하대성당 사람이며 널 잘 알도 있다 하였고 이제는 내가 자주 목욕시켜 줄게 하였다. 그러자 그는 나를 성당 아저씨라고 불렀다.

그날 이후 같이 있었던 일주일 동안 세 번을 더 목욕과 면도를 해주었으며 머리도 깎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나는 먼저 퇴원하게 되었다.

한 달여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재활 담당 여선생님으로부터 유덕님이 성당 아저씨가 다시 왔으면 좋겠다 라고 하는 말을 문자로 전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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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스칼 2023.06.29 07:19
    감동적인 사연 입니다. 주님은 어쩌면 미카엘 형제님을 통하여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 보이시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미카엘 형제님 입장에서는 선의의 노력 봉사일수 있겠지만 마티아 형제님의 입장은 단순히 씻김 행위가 아니라 당신의 보호하심을 보여 주셨으리라 생각 됩니다. 늘 주님의 축복이 미카엘 형제님과 마티아 형제님께 머물기를 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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